— 독성으로 악명 높던 ‘Aspergillus flavus’, 백혈병을 겨냥한 정밀 치료제로 변신하다
🏺 파라오의 저주, 실제 원인은 곰팡이?
1920년대,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굴되자 고고학자들이 차례로 사망하면서 ‘파라오의 저주’ 전설이 생겨났습니다. 현대 과학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Aspergillus flavus라는 곰팡이를 지목했는데, 이는 강력한 독소를 생성해 폐 감염이나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진균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 곰팡이가 오히려 신약 개발의 보물창고로 밝혀졌습니다.
🧬 새롭게 정의된 고리형 항암 펩타이드 ‘Asperigimycins’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A. flavus에서 asperigimycins라는 전혀 새로운 구조의 펩타이드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리보솜에서 합성된 후 효소에 의해 복잡하게 구조화(RiPPs)**되는 펩타이드로, 기존에 곰팡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유형입니다.
asperigimycins는 benzofuranoindoline 중심의 희귀한 7고리 구조를 가지며, 이 구조가 항암 효과의 핵심으로 작용합니다.

⚗️ 세포독성이 없는 펩타이드를 변형해 항암제로 전환
asperigimycins B는 원래 항암활성이 거의 없었으나, 연구진은 그 N-말단에 지방산을 붙이는 방식으로 화합물을 변형했습니다. 이 중 2-L6는 C11 길이의 직쇄형 지방산을 결합한 유도체로, 기존 백혈병 치료제보다 강력한 세포 살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 IC50 수치 (세포 성장 억제 농도) 기준으로 40~99 nM
- 사이타라빈, 다우노루비신과 유사한 수준
- 백혈병 세포에 선택적 작용

🧬 세포 내 진입의 열쇠: 수송 단백질 SLC46A3
연구진은 2-L6가 세포 내로 어떻게 들어가는지를 밝히기 위해 CRISPR 기반 유전자 스크리닝을 진행했고, SLC46A3라는 수송 단백질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단백질은 리소좀 내에서 cyclic peptide를 세포질로 이동시키는 경로를 담당합니다.
- SLC46A3 유전자가 결핍되면 2-L6의 세포독성이 30배 이상 감소
- 이는 cyclic peptide 기반 치료제 설계 시 세포 수송 메커니즘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 작용 기전: 미세소관 억제를 통한 분열 차단
세포 수준에서, asperigimycins는 미세소관 형성을 억제하여 세포분열을 방해합니다. 이 기전은 백혈병 세포에 매우 강력하게 작용했으며, HeLa나 HepG2 세포(자궁경부암, 간암)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고특이성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곰팡이 유래 펩타이드가 정밀 타깃 항암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분자적 근거를 제공합니다.
🌐 미지의 진균 RiPPs 세계, 약물의 보고(寶庫)
이번 연구는 단순한 항암제 후보물질의 발견을 넘어, RiPPs라는 미개척된 진균 기반 펩타이드 세계를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유사한 유전자 클러스터가 다양한 진균에 존재함을 밝혔으며, 앞으로 더 많은 고리형 항암물질 발굴이 기대됩니다.
✍️ 한줄평
죽음의 곰팡이에서 생명의 열쇠를 찾아낸 과학의 반전 드라마.
참고논문: DOI: 10.1038/s41589-025-019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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